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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옷을 만들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

마르지엘라의 영감을 받아 도전해 본 데님 자켓이 레이어드 된 트렌치코트의 샘플링이 처참하게 실패한 뒤,

흔적을 복기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방법 안에서 최대한의 환상을 담아내려고 고민하면서부터였다.

생각한 옷은 널브러진 오버사이즈 핏에 실루엣이 우아하게 떨어지며,

마르거나 뚱뚱하거나에 관계없이 한눈에 드러나는 시각적 매력은 동일한,

또 남성복, 여성복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그런 하이엔드 웨어였다.

다양하고 깊은 고민들은 점점 실체가 되고 이 옷에 스며들어,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었다.

평범하지 않은 이 옷을 SNS로 미리 보여드렸을 때 문의가 많이 왔다.

평범하지 않은 내 관점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는 느낌은 기분이 좋다.

뜻이 맞는 사람들이 옷으로 모여지고 거리에 나서며 흩어진다.

옷이란 결국, 누군가가 겪고 느낀 무언가를 한 번 더 겪는 대리 체험이 아닌가 싶다.

먼저 큰 틀은 준지의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의 핏과 소재를 베이스로 두고 작업하였다.

개인적으로 트렌치코트는 탱탱하고 흐르기보다는 탄탄하지만 가볍게 무너지는 느낌이 좋다고 생각한다.

일반 코튼 소재가 아닌 다림질이 잘 되고 구김은 자연스러우며 가볍게 무너지는 코튼/나일론 혼방 소재로 제작하였다.

사진들과 같이 햇빛이 비칠 때 보여지는 은은한 코팅감마저 굉장히 고급스럽다.

코트는 심지가 굉장히 중요해 제복류에 쓰이는 최상급 심지로 접착력을 높여 해가 지나도 옷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였다.

사이즈는 약 120 사이즈 정도 되는 오버사이즈로 나왔으며 기장을 길게 뽑아 실루엣이 우아하다.

긴 기장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조하며 그림자를 동반한다.

물론 이로 인해 보통 코트들 보다 원단이 30% 정도 더 소비되었지만.

허리에 자리 잡고 있는 고리 디테일은 로브 형식으로 입지 않는 사람들을 고려해 제작하였다.

의도치 않게 이 디테일로 인해 로브 형태로 매듭을 묶었을 때 더욱 멋진 자태가 나타나게 되었다.

패션은 고작 몇 년 지나면 제법 과거처럼 느껴지고,

매해 유행에 휩쓸리는 몇 가지 디테일들이 슬플 정도로 점철되고 있다.

이 코트가 몸에 잘 어울린다면 최소 5년 이상 당신의 옷장 또는 행거를 지킬 것이라고 장담한다.

요즘 나오는 취향 좋고 적당히 세련된 트렌치코트 들을 접해도, 때로는 더 나오지 않아도 괜찮지 싶을 것이다.

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는, 미묘한 마찰의 감각을 몹시 기다려주셨으면 한다.

사실 옷은 '말'을 한다.

COLOR

베이지, 블랙

FABRIC 

코튼70% / 나일론30%

SIZE

FREE (80~120) 어깨 56cm / 가슴 66cm / 소매 64cm / 총장 129cm

(피팅사이즈 FREE)

 

model size

175cm / 60kg